지치지 않고 걷는 방법은 없을까?
매일 하루의 낮시간 전부를 평균 30km를 걷고도 피로감이 없는 마사이족의 파워워킹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산길을 편안히 마사이족처럼 걸을 수는 없을까?
산행의 도(度)가 깊어지고 넓어지면 제한된 시간 내에 더 많은 자연과의 교감을 위하여 험하고 긴 산길을 더 오랫동안 걸어보고 싶어 질 것이다.물론, 산행의 경력이 쌓여가며 편안하고 빠른 걸음에 익숙해지며 속칭 “산 다람쥐”가 되어가겠지만 걸음에도 과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적응하는 법을 체득하면 장거리산행이 한층 즐거워 질 것이다.
걷는 것도 과학이다
인간의 걸음걸이는 ‘균형을 깨뜨리는 동작의 연속’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으면 걸을 수가 없다. 따라서, 무게중심의 불균형을 보정하기 위한 무게중심 이동이 걸음걸이인 것이다.
특히 험난한 지형에서의 장시간 편안한 무게중심 이동 방법을 정형화 한 것이 이른바 ‘휴식보행법’이라고 하는 “레스트 스텝(Rest Step)”이다.
산을 오르는데 가장 고생을 많이 하는 근육은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이다. 이 근육들은 혈액으로부터 에너지와 산소를 공급받아 수축과 이완운동을 되풀이 하는데, 연속되는 운동부하가 커지면 이 근육들은 쉴 틈이 없어 피로가 누적되어 더욱 힘들어지고, 에너지 효율도 떨어지게 된다.
근육운동은 강도와 빈도에 따라 산소와 에너지의 사용량이 달라지는데, 운동의 강도가 이것들의 공급한계를 넘어서거나, 회복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수축과 이완의 빈도가 빨라지게 되면 피로물질인 젖산 등이 쌓이면서 근육통을 느끼게 된다. 근육통은 운동을 멈추거나 강도와 빈도를 낮추라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근육운동이 시작되면 심장박동과 호흡이 빨라지는데 운동부하가 심폐능력이상으로 커지면 근육조직에 산소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서 산소부족사태에 이르러 더 이상 수행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사점(Dead Point)’이라고 한다. 산에서는대략 산행시작 후 30분 전후에 겪게 되므로 사점에 도달하기까지는 서서히 도달하도록 속도조절을 하는 것이 정석이다.이러한 사점기간이 지나면 심장과 폐가 격렬한 운동에 적응되면서 걸음이 가벼워지는데 일반적으로 '몸이 좀 풀렸네' 라고 한다. 그러나 다시 운동 강도를 높이면 또 다시 사점을 맞게 된다.
이러한 사점없이 가파른 산길에서 최고의 효율로 장시간 꾸준히 걷기 위한 보행법이 바로 “레스트 스텝”의 핵심이다.
레스트 스텝은 가파른 경사길 또는 눈길, 지루한 계단 오름, 고소에서 위력을 발휘하는데, 힘들다고 중도에 쉬지 않고 운행의 속도를 일정하게 늦추어 발걸음을 옮기는 잠깐의 사이에 다른 쪽 다리의 근육을 풀어주어 피로가 쌓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몸에 체득하기는 쉽지 않으므로 겨우내 익혀 다가오는 봄에 장거리 산행을 떠날 준비를 착실히 해 두면 좋을 것이다.
레스트 스텝의 기본원리는 연속되는 운동에서 근육이 피로를 풀고 산소와 에너지를 공급받을 수 있도록 반복되는 수축이완 운동의 사이에 여유시간을 잠깐씩 두는 것이다. 이것은 몇 초 동안 멈춰 서서 호흡을 가다듬는 휴식과는 다르다. 반복적으로 오르는 연속동작 중의 자세로서 짧은 휴식을 취하는 것이다.
[ 레스트 스텝의 각 스텝별 구분동작 ]
▶ 체중을 뒷다리에 싣고 몸무게가 실리지 않은 다른 쪽의 다리근육을 쉰다
왼쪽 다리에 힘을 빼면서 모든 체중을 오른쪽 다리에 싣고 쭉 뻗어서 숨을 내쉰다. 이때 오른쪽 다리가 근육이 지탱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면 안되고 뼈가 몸을 지탱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옮겨 내딛는 왼쪽 다리가 이때 쉬어준다.
뒷다리의 무릎관절을 펴고 뼈로 서있는 잠깐 동안에 근육의 휴식시간을 주는 것이다. 이 시간은 보통 0.3초 정도가 적당한데, 경사도와 신체의 컨디션에 따라 0.5초에서 1초 정도가 될 수도 있는 연속동작으로 지친 다리근육의 피로물질이 빠져 나오고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는 시간을 주는 기술이다.
체중을 왼쪽다리로 옮기면서 오른쪽 다리를 내딛고 앞으로 나아간다. 이때 숨을 들이쉰다. 다리를 들어올릴 때 들이쉬고 내디딜 때 내쉰다. 진행 중에 대화를 나눠도 호흡부담이 없을 정도의 걸음속도를 지키는 호흡조절이 중요한 포인트이다.
▶ 체중을 싣고 있는 다리는 곧게 펴서 근육이 아니라 뼈로 선다
오른쪽 다리에 완전히 힘을 빼면서 모든 체중을 왼쪽다리에 싣고 근육의 힘으로 지탱하는 것이 아니라 뼈로 지탱하는 느낌으로 쭉 편다. 왼쪽다리 하나로 서 있는 느낌이 있어야 하며 숨을 내쉬면서 오른쪽 다리를 내 딛는다. 그 사이에 오른쪽 다리가 쉬며 근육을 회복시킨다.
▶ 레스트 스텝 중의 호흡법
▶ 호흡은 몸의 동작에 맞춘다
호흡과 다리동작을 동시에 하라.매 걸음, 또는 두,세 걸음마다 새로운 호흡을 하는데, 내쉬고 들이쉬고와 다리를 올리는 것과 호흡이 일정한 리듬을 갖게한다. 숨을 내쉬면서 뒷다리가 체중을 버티는 동안 앞다리를 쉬는 연속동작에서 리듬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레스트 스텝과 함께 배낭무게 줄이기, 불필요한 체력소모 안 하기
산의 경사를 걸어 올라 갈 때는 손을 크게 흔들지 말고 양 어깨를 좌, 우로 보폭을 맞추어 리듬있게 걸어야 한다. 양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말고, 들것이 있다면 반드시 배낭에 넣고 가되 무게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불필요한 몸놀림 없이 절제된 움직임이 필요한데, 몸과 배낭이 좌우로 요동치면 힘의 분산과 낭비를 초래한다. 몸과 배낭의 하중을 걸음걸이의 흐름에 따라 유연하게 이동시켜 몸과 무게중심점을 일치시켜 나아가야 한다.
또한 산행을 종료하는 시점에서 체력의 1/3 정도는 비상 시에 대처하기 위한 예비체력으로 남겨두는 것을 권장한다.
보조장비 사용으로 충격과 체력 분산효과를 노린다
미국의 한 연구기관이 내놓은 '알파인 스틱의 하중 분산 효과'에 대한 자료에 따르면, 알파인 스틱은 한 걸음마다 우리 몸에 가해지는 충격의 4% 정도를 흡수 하며, 체중의 약 30% 정도를 분산하여 체력소모를 줄여 준다고 한다. 알파인 스틱은 반드시 두 개로 사용법(노르딕 워킹)을 익혀서 쓰도록 한다. 전문 산악인들도 하산길에는 꼭 알파인 스틱을 사용한다.
장거리 산행에서는 복장과 장비에 크게 좌우되지만 그 중에서도 간과하기 쉬운 양말의 중요성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양말은 단순한 보온기능 이외에도 상당한 충격흡수 효과가 있다. 따라서 땀으로 젖게 되면 보온성도 떨어질 뿐만 아니라 탄성이 떨어져 충격흡수 효과도 떨어지므로 젖기 전에 수시로 갈아 신어야 한다.
산행은 단순한 체력만으로 즐기는 것이 아니므로 체력과 과학이 함께 할 때 더욱 즐겁고 안전한 산행을 약속해 줄 것이다.
이제 봄을 맞아 국내의 명산이나 백두대간을 찾을 때 레스트 스텝과 함께 다양한 팁(Tip)을 활용해보면 발걸음이 더욱 가벼운 산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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